예기불안에 시달리는 뉴노멀시대

현재의 대한민국을 정의내리는 가장 적절한 말은 뭘까? 뭐.. 긍정적인 말들도 많겠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필자는 '예기불안'을 들고 싶다.

 

예기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란 결국,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 앞서서 걱정하고, 부모세대들이 겪는 빈곤문제를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 이런 것들을 말한다.

 

우리사회는, 경제적으로는 모범적으로 발전했을지 몰라도..(필자는 여기에도 동의하지는 않는다.)

 

IMF, 2008년 경제 위기 등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갈등과 예기불안의 심리는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 고용안정성은 더 떨어지고 있으며, 노령화로 인한 경제활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노령화와 노후대비에 관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예기불안의 한 축이 바로 노후에 대한 부분인 것이다. 퇴직한 선배들을 보면서.. 우리의 50대 중년층은 예기불안을 극도로 느끼고, 이것이 점차 내려와서 20대 사회초년생들도 입사하자 마자 노후를 대비해야 겠다는 압박감을 갖는다.

 

우리사회의 복지인프라는 우리의 경제적 위상과는 다르게 한참을 뒤쳐저 있으며..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 그런 정교함도 없다. 사회 복지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노후에 대한 예기불안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부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기간은 가장 길면서 정년은 짧은 우리나라

 

최근, 정년연장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어느정도 일어나고 있는 분위기이기는 하다. 다만, 이것이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아직.. 우리 사회의 구조가 받쳐주질 않는 모양새이다. 청년실업이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제도적 문제와 더불어,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라는 지극히 원리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서구 유럽과 같은 긴 정년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 법제화 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에 비해.. 그리고 OECD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의 정년기간은 적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도 짧은 특성을 보인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정년은 가장 짧은 국가 중 하나에 속하는데 인간의 삶에서 노동기간은 가장 긴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성들의 경우 군대라는 기간으로 인해 노동시간이 짧아지는 측면이 있는데다가.. 정년 자체도 짧다. 그런데, 사교육비나 부모 봉양에 대한 비용은 다른 국가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여기에, 절대적으로 높은 내집마련 비용 등의 거주비는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원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절대다수의 은퇴자들이 정년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으며.. 그 중 절대다수는 경비원, 청소원 등의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규모가 10위권을 내달리는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로 50%를 넘어간다. 주변에 보이는 60세 이상 어르신들 중 둘 중 하나는 빈곤층으로 분류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20, 30대의 사회초년생이 이러한 사회적 현상들을 보고 예기불안에 시달리지 않는게 이상하다 할 것이다.

 

 

장수가 리스크가 되는 뉴노멀 시대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노후준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해도 지금과 같은 예기불안의 시대는 아니었다. 노후준비는 중년 이후에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정년 후의 삶이 전체 인간의 삶 중 절반 가까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의학의 발전으로 큰 병에만 걸리지 않는다면 70~80대까지 사는 것은 요즘에는 매우 흔한 일이다. 이마저 큰 병들도 정복되어 가는 추세다. 얼마전에는 암 환자의 70%가 생존한다는 국립암센터의 표본조사도 있었다. 아직 정복되지 않은 암도 이제는 서서히.. 관리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50대 중년의 분들도 큰 병만 있지 않는다면 90대까지는 문제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라는 책에서는 2045년 인간의 평균수명을 130살로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관련 포스트] 유엔미래보고서 2045, 생각보다 빨리 진화하는 인간의 미래 : http://darak75.tistory.com/1064

 

장수는 분명 우리 인간에게는 축복일 수 있지만.. 금전적 대비가 되지 않는 노후는 재앙과도 같다. 젊은 시절에는 언제라도 일어설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되지만 은퇴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수리스크가 표준이 되어 버리는.. 그런 뉴노멀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아직까지 과거 고도성장 시기의 관점을 가지고 자산관리나 재테크 등을 행하는 분들이 계시다. 과거처럼 열심히 모아 저축을 하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지만.. 3~4%의 수익률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것이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뻥 수익률에 자금을 투자했다가 재산을 탕진하는 그런 뉴스들을 볼 때마다 참.. 개인적으로 가슴이 쓰리다.

 

현재..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현재 주택 담보대출 평균금리는 3%대 초반이다. 이 말은.. 은행도 3%대 초반의 수익률만 거두면 은행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고 만족(?)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보다 높은 수익을 올린다는게 쉬울까? 개인이?

 

장수라는.. 축복인듯, 축복 아닌듯(?)한 시대.. 경제의 고도화로 인한 저금리와 낮은 수익률의 시대.. 우리는 이러한 뉴노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건강관리, 경제를 보는 눈, 자산관리 등등에 있어서.. 과거의 패러다임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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