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밀가루 끊기 효과

우리는 밀가루가 나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쌀이 주식인 우리에게 밀은 맞지 않는다는.. 언듯 들으면 맞는 것 같은 그럴듯한 근거도 따라온다.


또한, 각종 건강관련 프로그램들이 종편 등을 통해 방영되면서 닥터테이너들이 나와 그럴 듯한 말들로 시청자들을 호도하고는 한다.


여기에..


밀가루 끊기를 통해 비만을 개선했다는 둥, 건강이 좋아졌다는 둥.. 연예인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사례까지 언급하면서 너도나도 밀가루 끊기 효과에 대해 찬양하고는 한다.


물론, 닥터테이너들의 말들을 모두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들이 하는 말들 중에서는 받아들일만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예를들어, 밀가루 보다는 통밀을 먹는게 좋다는 그런 내용들..)


다만, 밀가루가 만병의 근원이고 밀가루만 끊으면 비만도 치료하고 건강도 좋아지리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 주변에 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을 것이다. 그들이 건강이 나쁘던가? 아니면 비만이던가?


오늘은, 다소 과장된 밀가루 끊기 효과에 대한 맹점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밀은 검증된 인류의 주식.


밀은 무려 1만년의 역사를 가진 인류의 주식이다. 수많은 역사 속에서 밀의 안정성과 유용성은 검증되었다. 쌀을 주식으로 한 아시아인이라서? 한국인이라서? 밀이 맞지 않는다?


우리에게 밀은 주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먹지 않는 식물도 아니었다. 우리밀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밀은 건강에 좋고 수입 밀가루는 건강에 나쁘다? 물론, 농산물에는 푸드마일(Food Mile) 이라는 개념이 있기는 하다. 본인의 거주지역에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먹는게 건강에 좋다는 개념이다.


다만..


지금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는 수입밀 또는 밀가루에 대한 비토정서는 지나친 면이 있다.(수입밀이라 하더라도 도정 자체는 국내 제분업체들이 국내에서 한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밀가루는 서구권에서도 당연히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들은 매일 먹는다.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고, 밀가루를 사용해 만든 시리얼로 아침을 먹는다.


현재 횡횡하고 있는 과장된 밀가루 끊기 효과에 대해서는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팩트조차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밀가루의 구조가 곰팡이와 유사하다고?


얼마 전 T.V를 보다가 닥터테이너의 말에 경악한 적이 있다.


바로, 밀가루의 구조가 곰팡이와 유사하고 독소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밀가루의 주된 성분인 글루텐은 밀가루와 완전히 다른 물질이다. 물론, 우리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모든 단백질 음식은 곰팡이와 유사한가? 이도 난센스인 것이다.


모든 음식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오로지 건강하기만 한 음식은 세상에 없다. 치료를 위한 약물도 기능성이 있으면 부작용이 있듯이 음식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가 약에 비해 음식을 먹을 때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약에 비해 부작용이 덜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밀이 가진 독성은 지극히 미미한 것이며 식재료가 내뿜는 독성은 꼭 밀가루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만의 원인이라고?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밀가루부터 끊으라고 하는 분들이 많고 무슨 상식처럼 되어 있다.


물론, 다이어트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병행되어야 하며 밀가루 음식의 조절은 탄수화물의 섭취율을 줄여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는 있다.


다만, 이는 꼭 밀가루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으며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우리의 주식인 쌀의 섭취량도 조절하는게 좋다. 더욱이 밀가루가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서구권을 보자.


밀과 밀가루의 소비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어딜까?


바로 유럽이다. 유럽 중에서도 남부유럽 사람들의 밀가루 소비량이 월등하다. 같은 서구권이지만 이탈리아의 밀가루 소비량은 미국의 2배에 이른다. 남부유럽은 밀가루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발달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즐기는 피자와 파스타도 바로 남부유럽에서 유래한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서구권 중에서도 비만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 속하며 비만률은 미국의 1/4에 불과하다.


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에 하나에는 물론 식습관이 포함된다. 그러나, 어느 특정한 식재료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식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특정 식재료의 월등한 소비량이 문제라기 보다는 조리법이나 섭취량, 운동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 비만에 밀가루는 죄가 없다.



통밀은 건강하고 밀가루는 건강하지 않다?


물론, 이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통밀을 권장하는 이러한 말을 밀가루는 무조건 악성식품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는 인식이다.


밀가루 보다 통밀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마치 백미 보다는 현미를 먹는게 좋다는 것과 완전히 같은 것이다. 현미, 통밀을 도정한 결과물이 바로 백미, 밀가루이기 때문이다. 도정을 하게 되면 껍질 속에 들어 있는 각종 미네랄 성분들이 날라가고 거의 순수한 탄수화물 덩어리가 된다.


따라서, 가급적 현미, 통밀을 먹는게 건강에 더 좋은 것은 맞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미보다 백미를 먹는 것에는 큰 거부감이 없다.


더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백미를 백해무익한 음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밀가루에만 이러한 인식을 덧씌우는게 과연 맞는 것인가? 횡횡하는 밀가루 끊기 효과에 대한 소문들에는 지나치게 과장된 공포가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밀가루의 나쁜 점들을 연구하고 이야기 한다는 분들도 있다. 물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권장책들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멀쩡한 다른 식품의 건강성을 부정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지 않나.. 그런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입장을 바꿔보면..


미국에서, 유럽에서 쌀은 건강에 나쁘다는 말을 할 때 이에 동의할 수 있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있을까? 밀가루가 나쁘다는 인식은 서구인의 관점에서는 이와 똑같은 것이다. 일부의 비건강성은 있을 수 있어도 이것이 마치 전부인양 이야기 하는게 옳은 것인가?


백미 또는 쌀가루는 탄수화물 덩어리여서 비만을 유발함으로 나쁜 식품이다? 당신은 이에 동의할 수 있는가?


오늘 이야기에 이어 다음 포스트에서는 글루텐 이야기를 이어서 해 보고자 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얼마나 왜곡된 건강성을 이야기 하는지에 대해 꼭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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