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조각사유, 기대 가능성의 개념

오늘은 우리 형법의 책임조각사유에서 기대 가능성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책임조각사유라는 말이 법률용어라 조금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요.. 조각사유라 함은 성립하지 않는 이유라는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책임조각사유라는 것은 면책사유라는 말인 것이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쳤는데,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법은 처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행위자가 만든 결과에 주목해서 처벌의 유무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현대 형법의 근간은 "책임의 본질을 법적 비난 가능성으로 판단" 하기 때문에 꼭 법에 명기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과실의 개념과는 다른 것입니다.)

 

이는 당연한 것으로.. 만일, 물건을 훔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한 것이고.. 그 강요를 피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 이는 책임조각사유로 처벌받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오는게 바로 "기대 가능성"의 개념이죠..

 

 

다른 대안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기대 가능성'이라는 개념은 특정 범죄행위를 했을 때.. 해당 행위를 하지 않고 적법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이는, 실수에 의한 범죄인 과실범죄와는 또다른 개념인 것입니다.

 

기대 가능성이 없는 경우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강요에 의한 행위를 들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회사의 기밀을 빼 내오지 못하면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회사의 임원이 회사의 기밀을 빼 내어 산업 스파이에게 건넸다면? 이는 강요에 의한 행위로 적법한 행위를 할 기대 가능성이 적거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당 임원은 처벌되지 않거나 처벌되더라도 감경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죠.. 이것이 바로 기대 가능성의 개념입니다. 이러한 책임조각사유로 기대 가능성의 개념이 확립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죠..

 

 

견마잡이의 권고를 무시한 마주!

 

독일은 현대의 법 체계에 있어서 여러가지 면에서 참고할 만한 것들이 많은 국가입니다. 현대 법의 '기대 가능성'의 개념도 바로 독일의 판례에서 확립된 것이기도 합니다.

 

1800년대 후반에는 말을 관리하고 마주가 출타 할 때 말을 잡아 끄는 '견마잡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개인 기사와 비슷한 개념이죠..

 

어느날, 한 견마잡이가 말의 성격이 고약해서 자칫 사고를 낼 가능성이 있음을 직감하고 마주에게 말을 교체할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마주는 말을 잘 관리하지 못한 견마잡이의 능력문제라고 치부하고 무시하게 됩니다.

 

그 견마잡이는..

 

더 이상 이야기 했다가는 해고되어 생계가 위협받을 것을 염려해 입을 닫았죠.. 아니나 다를까.. 말이 길을 지나던 중 갑자기 흥분하여 도시를 뛰어다니며 여러 사람을 다치게 했습니다. 이 견마잡이의 처벌에 대해 재판이 열렸는데.. 독일 법원은 다른 적법한 행동을 기대할 만한 '기대 가능성' 이 없다는 이유로 견마잡이에게 무죄를 선고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책임조각사유가 완성되어 해당 견마잡이는 풀려나게 되죠..

 

기대 가능성은 이처럼.. 적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그 어떠한 대안도 생각하기 힘들 경우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가능성이라는 것이 실전에 있어서는 판단하기에 애매한 경우들이 존재를 합니다. 형의 가감은 이러한 기대가능성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입니다.

 

형법에서는 이러한 기대가능성에 비례하여 형의 가감이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물론, 형의 가감은 이러한 기대가능성 뿐 아니라 다른 요인들도 있지만.. 그 기본은 기대가능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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