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유통경로의 부상, 규제는 소비자후생을 감소시킨다?

할인점은 유럽과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유통경로로, 시 외곽에 위치하여 자가운전자가 차를 몰고 가서 창고형 매장인 할인점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는 약간은 다른데, 창고형 매장 보다는 일반 백화점과 같은 잘 짜여진 깨끗한 매장이 많고, 취급품목도 서구식과 다르게 신선식품이 많다. 원래 신선식품은 보관의 용이성이 담보되지 않고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취급되지 않던 품목이었다.

 

 

 

한국에서의 유통경로에서 급성장한 할인점.. 그 명암

 

우리나라의 유통경로들 중에서 할인점이 등장한 것은 그 역사가 생각보다 길지 않다.

1993년에 첫 선을 보인 할인점은 백화점과 동일한 쇼핑환경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일반 백화점은 물론이고 재래시장 보다 저렴한 물건들을 취급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제, 기업에서 할인점을 빼고는 유통경로 전략을 짤 수 없을 만큼.. 할인점은 중요한 유통경로가 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새로운 유통경로가 늘어나고 유통경로간 경쟁이 심화되면 그만큼 소비자 후생은 증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할인점의 지나친 부상으로 최근의 재래시장를 비롯한 전문 소매매장 등의 전통적인 유통경로들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부분은 문제점 중에 하나이다.

 

또한, 제조기업의 입장에서는 소위 '갑'의 횡포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유통을 담당하는 채널의 힘이 강해지면, 국내 제조업의 발전 기반이 고사될 염려가 매우 높다. 최근 홈쇼핑의 뒷돈거래와 단가후려치기는, 힘을 가진 유통채널이 제조기업에게 어떻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할인점도 마찬가지이다. 할인점의 힘이 쎄지다 보니, 납품기업에서 인력을 무상으로 파견받고, 깍기 힘든 단가로 납품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경험담을 이야기 해 보자면..

 

사업을 하기 전,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영업기획팀에 잠시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할인점을 통해 이익을 보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매출 캐퍼를 맞추기 위한 것이었지.. 할인점을 통한 이익은 극히 미비했다. 우선, 단가도 단가지만.. 소매품의 경우 수시로 있는 할인행사 등으로 인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흔히 실시하는 1+1 행사..

 

이것이, 해당 마트에서 이익을 줄여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마트에서 납품기업에 요청하여 이루어지는 행사로, 그 추가적인 비용은 온전히 제조회사의 부담이다. 아무리 원가율이 낮아도, 1+1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회사는 드물다.(물론, 마트의 정책마다 다소 다를 수 있고.. 기업에 따라 유통기업에서 일부의 비용을 부담하는 곳도 있기는 하다.)

 

 

 

규제가 소비자후생을 감소시킨다고?

 

대형 할인마트의 부상은 어찌보면, 사회적 트랜드의 흐름으로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슈퍼갑'들이 탄생하는데 있어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정부의 규제장치는 너무나도 미비한 측면이 있다.

 

얼마전, 재래시장의 소비촉진을 위해 할인점 휴일을 강제하여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재래시장 상인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온당한 조치라는 이야기와 더불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나쁜 규제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첨예하게 맞섰다.

 

물론, 단순히 마트가 쉰다고 재래시장의 소비가 늘어난다? 이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소비를 참았다가 오히려 한꺼번에 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재래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마트의 영업일수를 줄이는 식의 하드웨어적인 규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인마트 규제가 지속되면 기업발전을 저해하고 소비자후생을 감소시킨다는 식의 관점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

 

유통경로에 있어서, 각 유통경로가 다양하게 활성화되어 있고, 소비자가 선택권이 있을 때.. 소비자 후생은 더욱 증진되는 것이지, 어느 한 유통경로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아지면 소비자후생은 감소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납품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이윤을 보장함으로서 제조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선택권과 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할인점에 대한 규제는 어느정도 필요불가결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를 하는 것이다.